서평 –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저자 : 샌딜 멜레이너슨, 엘다 샤퍼

이 책은 결핍, 부족함으로 인한 영향을 긍정적/부정적 영향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특히 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다양한 사회실험, 사고실험, 과거의 논문,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해 나간다.

먼저 결핍으로 인한 장점은 집중으로 인한 성과 증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감/기한이 정해진 과제를 할 때 마지막 하루, 몇 시간 동안 빠르게 과제의 대부분을 해내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점은 책에서 터널링 효과(Tunneling)라고 정의되는 목표에 집중하므로서 목표 밖의 즉 터널 밖의 모든 것에 대한 인지력 저하, 그리고 책에서 대역폭(Bandwidth)이라고 정의되는 평소 사용되는 지적능력에 걸리는 부하로 인한 지적능력의 감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한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근시안적 또는 삶의 개선을 힘들게 하는 행동들을 이를 통해 설명하고 빈곤을 물리치기 위해 다른 접근 방법과 시각을 제시한다.

제목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에서 매우 기시감 있는 끌림을 느꼈다.
아들을 키우면서 과연 풍족함만이 자식의 훈육에 맞는 방법이었나? 라는 의문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책 내용은 나의 간단한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책 초반에 결핍으로 인한 장점. 시간의 결핍때문에 더욱 집중하여 과제를 빠르게 끝내는 것과 같은 고성능의 활동을 하는 것. 빈곤으로 인한 결핍에 따른 화폐가치의 정확한 기준을 가지는 것 등 장점을 이야기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 이상의 경험을 통해 그런 결핍으로 인한 능력의 상승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많이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집중력은 공짜가 아님을 책은 여러가지 사례와 실험을 통해 반증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터널링”과 “대역폭 세금”이다. 이 두 가지 부작용을 통해 사람들은 “결핍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며 이런 악순환에서는 마찬가지로 그 2가지 부작용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핍으로 인한 장점은 직관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내용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좀 더 예민해지고 좀 더 집중하게 되지 않겠는가? 지극히 이치에 맞고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 “빈곤”은 좀 다르게 보기는 한다. 빈곤은 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결핍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역폭 세금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 하는 사이에 우리의 지적능력이 받는 부하를 의미한다. 우리가 명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해도 결핍의 상태에서 그 자체로 지적능력을 소모하며 그 증거를 사회적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예를 들어 수확하기 전의 사탕수수 농부는 추론능력검사에서 수확 후 동일한 검사보다 약 9점정도 낮은 점수를 나타낸다. (이와 비슷한 IQ검사의 표준편차는 15점입니다.) 그 밖의 다양한 실험사례가 있으니 책을 보시기를 권한다.
결핍은 이러한 대역폭 세금을 내게 만들고 이런 세금은 우리의 지적능력, 즉 정보를 처리하고 논리적 판단을 내리는 유동성지능, 충동적인 행동을 제어하는 실행 제어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 책에서는 이로 인해 우리가 다양하게 접하는 빈곤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행동, 근시안적 사고, 낮은 성과 결과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역으로 생각한다.

터널링은 집중과 비슷하다. 다만 한 가지 목적, 즉 터널의 끝에서 나오는 빛에 집중하므로서 터널 밖의 것들은 무시하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말한다.
책에서 터널링을 표현하는 말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툴을 만든다는 것이고, 틀을 만든다는 것은 (나머지 것들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어느 작가의 말을 차용한다.
터널링에 잡혀있는 경우 우리는 터널 밖에 있는 것들은 보지 못 하고 바로 앞의 목표만 고려하게 된다. 그 행위는 장기적으로 비용을 확대하고 편익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터널링은 당면한 목표에 대해서는 편익(집중배당금)을 제공하지만 그 외 것들 다른 사람이 보낸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메일, 오늘 가야 할 운동, 일주일전에 했던 저녁약속, 가족과의 시간, 주기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서류, 정해진 시간의 수면, 건강을 위한 저녁밥 등등… 당장 터널 끝의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터널 밖의 일들을 잊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중에 할증을 붙여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 할증은 또 다른 결핍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무슨 억지가 있나? 라고 생각할테지만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증명한다.

이러한 결핍으로 인한 효과들은 우리를 악순환의 고리로 끌어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 한다.
시간의 결핍은 한계에 부딧치거나 스스로 깨달아 몇 가지 일을 그만두면 빠져나올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목표한 체중을 늘리거나 포기함으로서 빠져나온다. 하지만 빈곤으로 인한 결핍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다. 다른 결핌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빈곤은 그 자체로 시간의 결핍이나 건강의 결핍과 같은 다른 결핍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 대역폭세금/터널링 같은 것의 반대 개념으로 책에서는 느슨함을 제안한다. 다른 말로 여유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을 위해 여행가방을 쌀 때, 큰 가방에 싸는 것과 작은 가방에 싸는 것으로 비유한다. 큰 가방으로 짐을 꾸리면 필요한 짐을 다 넣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을 비워둬도 되고 여행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넣을 수도 있다. 여유가 없는 여행가방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짐만 넣을 것이다. 더 작다면 필요한 짐이라도 넣기 위해서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고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저녁내내 고민할 수도 있다.

시간의 여유, 자금의 여유, 내가 섭취해야할 칼로리의 여유 이런 느슨함이 있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결핍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얻기위해 어떤 것을 포기 할 지(트레이드 오프)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부자들은 지출을 할 때 항목을 따지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두 배로 많았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지출항목을 항상 고민한다.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약속을 잡을 때 오후전체를 비워놓거나 30분 약속에 1시간을 비워둔다. 일정이 여유가 없는 사람은 분 단위로 약속을 잡으며 어떤 틀어짐이 생기면 이후 모든 약속이 틀어지게 된다.

이런 느슨함이 우리에게 대역폭세금을 줄이고 결핍으로 인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게 보험의 역활을 한다.
흔히 가난한 사람에게 사고는 극빈층으로 떨어질 위험을 제공하지만, 여유있는 사람에게 사고는 그저 사고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결핍이 결핍을 가속화시키는 결핍의 악순환이 발생하게 만들고, 느슨함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그저 약간의 변경일 뿐이다. 책에서는 실패를 상쇄하는 것이 이 느슨함이라고 설명한다.
조직, 개인 모두 이 느슨함이 없이는 작은 충격이나 실수에도 실패하거나 무너지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느슨함은 우리를 실패로부터 차단해 준다.
책에서 나오는 세인트존스병원의 사례에서 수술실 부족으로 인한 과부하와 비용증가 문제를 수술실 하나를 완전히 비워서 긴급수술 전용으로 사용해서 해결하였다. 느슨함을 확보함으로 인해 2년동안 오히려 수술건수는 해마다 7~11퍼센트 증가하였다.

책의 말미에서 작가는 풍족함에 대한 정의에 의문을 느낀다. 풍족함은 단순히 결핍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장차 결핍이 성장할 씨앗을 품은 것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왜 꼭 마감시한이 다 되서야 일을 시작할까?
마지막에 풍족함과 결핍의 관계를 고찰해보고 싶었던 것 같으나 그 상세한 고찰은 나중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소망대로 결핍학이라는 학문의 태동을 바란다.
내가 볼 때 결핍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좀 더 심각하게 고찰해봐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본다. 개개인의 지적 대역폭의 크기가 차이가 있냐는 것이다.
집단을 대상으로 보면 평균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마찬가지로 이 책은 결핍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이지 개개인의 지능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책에 언급된 다양한 사고실험에서 무작위의 인원으로 결핍/풍족함의 상황을 주어 실험한 결과에서도 개개인의 지적 대역폭 차이는 언급할 의미가 없어 보인다.